호텔 디자이너 빌 벤슬리의 이상한 동남아 호텔들

빌 벤슬리표 맥시멀리즘의 정수

베트남 사파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지로 개발된 곳입니다. 빌 벤슬리는 당시 사파에 온 유럽 귀부인들이 피서지 패션으로 경쟁을 벌였을 거라 상상하며 이 호텔을 디자인했습니다. 로비에는 이주한 프랑스인을 표현하는 모자, 트렁크, 군복 등의 빈티지 소품이 가득하고, 벽과 바닥에는 사파 현지의 염색기법인 ‘바틱’ 패턴이 적용되어 있죠. 사파 소수 민족을 대표하는 머스터드, 레드, 인디고 블루 컬러를 객실 인테리어에 사용했고요. 본인을 “자랑스러운 맥시멀리스트”라고 부르는 빌 벤슬리의 맥시멀리즘 인테리어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에요.

가장 화려했던 방콕의 20세기를 담은 곳

방콕의 황금기라 불리는 20세기 초 라마 5세 시대를 컨셉으로 한 호텔입니다. 화려했던 시절을 표현하기 위해 2만 5천여 개에 달하는 앤티크 소품으로 공간을 장식하고, 당시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을 인테리어에 과감하게 활용했죠. 일부는 호텔, 일부는 박물관, 일부는 리조트로 이루어진 독특한 이곳에 객실은 단 39개뿐이고, 모두 스위트룸과 풀 빌라입니다. 스위트룸은 가든뷰와 리버뷰에 고를 수 있고, 리버뷰 객실에선 차오프라야 강을 감상할 수 있어요.

가장 컨셉추얼한 호텔로 꼽히는 곳

빌 벤슬리가 디자인한 호텔 중 가장 컨셉추얼하다고 평가받는 호텔입니다. 1940년대에 폐교된 프랑스 라마르크 대학을 5성급 호텔로 리모델링했다는 설정이죠. 객실 동은 학과 빌딩이었고, 호텔 바 ‘케미스트리’는 화학 실험실, ‘샹트렐 스파’는 버섯균 보관실이었다는 이야기가 모두 픽션입니다. 체크인할 때 입학한 기분이 들도록 ‘라마르크 대학 스튜던트 북’을 나눠주기도 하고요. 참 엉뚱하죠? 바다가 보이는 3개의 야외 수영장이 있고, 해산물 레스토랑 ‘레드 럼’도 해변 풍경을 즐기기 좋습니다.

빌 벤슬리의 친환경 철학을 담은 곳

‘발리 정글 숙소’로 유명한 카펠라 우붓도 빌 벤슬리가 디자인한 곳입니다. 그가 스토리텔링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담은 대표적인 호텔이죠. 원래 총 객실 수 120개로 계획되었으나, 숲을 지켜야 한다는 그의 고집으로 22개로 변경되었다고 하죠. 게다가 완성될 때까지 한 그루의 나무도 자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객실은 19세기 초 발리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살던 텐트 컨셉으로,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풀과 선베드가 있습니다. 캘리키 밸리룸에는 유일하게 인피니트 풀이 있고요.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베르사유 건축상에서 2019년 베스트 호텔 외관상을 받았습니다.

캄보디아 소외 계층을 교육하는 호텔

캄보디아 지원 재단 ‘신타 마니’가 운영하는 호텔입니다. 빌 벤슬리는 재단과 함께 캄보디아 소외 계층의 호텔 교육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고, 이를 확장하면서 이 호텔이 탄생했죠. 호텔 수익은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의 급여로, 일부는 캄보디아 식수와 의료 자금으로 사용됩니다. 캄보디아 크메르 제국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된 호텔은 동남아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사원 벽화, 조각상, 램프 등의 장식품도 한몫하죠.

객실 동 바로 앞에 야외 수영장이 있고, 풀 빌라를 예약하면 풀과 정원을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1층 크로야 레스토랑에서는 캄보디아 허브를 활용한 요리를, ‘벤슬리 바’에서는 30가지가 넘는 진을 맛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