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대건축 거장, 구마 겐고의 호텔들

로컬 브랜딩으로 유명한 에이스 호텔의 아시아 첫 번째 지점입니다. 구마 겐고는 교토 전통 건축물인 ‘마치야’에서 영감을 받아 호텔을 건축했으며, 건물 사이 정원에 신경 썼습니다. 안뜰 정원은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습도가 높은 교토에서 실내 환기에도 용이한 역할을 하죠. 로컬 브랜드와 현지 장인이 만든 제품, 그리고 에이스 호텔이 선택한 글로벌 브랜드의 매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빔즈, 메종 키츠네, 트래블러스 팩토리 등 교토 여행 중 일부러 들러야 하는 상점이 많아요.

구마 겐고는 이곳에서만 두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2008년 호텔을 설계했고, 오픈 1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로비 디자인을 선보였죠. 고층 빌딩이 가득한 베이징에 환기를 주고자, 중국 전통 주택처럼 건물을 낮게 디자인하고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안뜰을 만들었습니다. 리뉴얼한 로비에는 다양한 아트워크가 있는데, 전통 놀이인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은 벽면 디자인이 특히 독특합니다. 로컬 미술관 또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 이벤트가 자주 열리고, 퓨전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어 현지인도 일부러 찾아가는 스팟이래요.

국내 숙소도 하나 소개할게요. 제주 아트빌라스는 구마 겐고, 도미니크 페로, 승효상 등 세계적인 건축가 5명이 참여한 리조트로 오픈 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제주도를 테마로 건축가의 개성이 담긴 빌라가 탄생했는데, 구마 겐고는 제주의 현무암을 소재로 아름다운 오름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현무암이 빼곡히 채워진 둥근 지붕이 이색적이며, 편백나무를 엮어 만든 격자무늬 천장에서 그의 시그니처 기법을 엿볼 수 있죠.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몸을 녹일 수 있는 자쿠지와 고요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티 룸도 있고요.

건물 외관부터 남다른 이곳 역시, 지역의 특색을 건축물에 녹이는 구마 겐고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다른 건축물과는 달리 콘크리트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크고 작은 공장이 즐비했던 오시아게 동네의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이죠. 객실도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천연 합판과 패브릭이 조화로운 수납장, 금속 재질의 세면대가 눈길을 끕니다. 객실은 작은 편이지만 숨은 나무 벽장을 열면 커피머신, 거울, 컵 등 유용한 어메니티들을 찾을 수 있어요.

구마 겐고는 코타키나발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와 조개껍질을 건축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로비에 들어서면 곧게 뻗은 대나무와 아트월이 눈에 띄는데, 생명의 근원으로 상징되는 나무뿌리를 표현하고자 했대요. 라운지에 있는 거대한 나무 조각과 호텔 곳곳에 깔린 카펫은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원주민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개껍질로 만든 귀여운 사이니지가 층마다 다르니 잘 살펴보세요. 23층 루프탑 인피니티풀에서 수영도 꼭 즐기고요. 한쪽으로는 바다를, 다른 쪽으로는 산을 내려다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