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호텔이 없는 도시를 찾아서, 애쉬 호텔

넥스트 포틀랜드를 찾는다면

1912년 선교회로 세워졌지만, 대공황기를 지나며 매춘업소와 스트립클럽으로 이용된 프로비던스의 오래된 건물. 애쉬의 첫 호텔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애쉬는 6년 여의 시간을 들여 2014년 호텔 ‘넵튠’을 오픈하는데요. 호텔만을 위해 제작한 가구는 물론,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구한 빈티지 가구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 덕에 52개의 객실 중 똑같이 생긴 곳은 단 하나도 없죠.

호텔이 위치한 ‘프로비던스’는 미국 동부의 숨은 보석같은 도시인데요. 유명 미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이 있는 도시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죠. 디자인스쿨 졸업생 등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으로 완성한 ‘넵튠’으로 애쉬는 자신들의 가능성을 증명하게 됩니다.

다시 태어난 뉴올리언스의 옛 성당

호텔 피터 앤 폴은 재즈의 발상지이자 세계 4대 카니발인 ‘마디 그라’가 열리는 뉴올리언스의 한적한 거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호텔 건물은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요. 간판이나, 호텔이라는 표기 하나 없기 때문이죠. 호텔은 보이지 않고 주택가에 웬 고즈넉한 성당이 하나 있구나 싶을 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됩니다.

19세기에 지어졌다가 21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닫았던 성당, 가톨릭 학교, 목사관 건물을 애쉬 호텔이 구원한 것인데요. 프랑스 남부에서 수집한 빈티지 가구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뉴올리언스의 뿌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애쉬만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디트로이트의 부활 지표

디트로이트는 너무 일찍, 그것도 너무 크게 번영했기에 먼저 해가 져 버린 도시이죠. 하지만, 디트로이트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데요. 다운타운에 위치한 ‘더 사이렌’은 그 증거와 같습니다. 애쉬 호텔은 내년이면 1백 년을 꽉 채우는 역사적인 건물을 완전히 새롭게 리노베이션했어요. 그 과정에서 트라버틴 바닥, 테라코타 장식, 플라스터 천장 등 아름다운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정성 들여 되살렸습니다. 동시에 디트로이트의 전성기였던 1920년대의 바이브를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공들인 세심함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죠. 그 결과 13층 높이의 ‘더 사이렌’은 디트로이트 부활을 선포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볼티모어에 숨겨진 환상 세계

독특한 작명 센스와 위트있게 지역의 역사를 녹여내는 애쉬 호텔의 장점은 이곳 볼티모어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율리시스’는 독일 출신 이민자들을 태우고 1838년 볼티모어에 도착했던 배의 이름이었어요. 1912년, 아파트로 지어진 호텔 건물의 파사드는 차분하다 못해 평범하기까지 한데요. 율리시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법의 옷장을 통해 입장한 ‘나니아’와 같은 환상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소설 <율리시스>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부터, 볼티모어 출신의 컬트 영화의 대가 존 워터스까지, 볼티모어와 관련된 다양한 소스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완성한 것인데요. 영웅 율리시스도 나니아의 루시도 가보지 못한 세계가 여기에 있습니다.

2월에 문을 열, 애쉬의 새 호텔

애쉬의 다섯번째 호텔 ‘셰년도어 맨션’은 올 2월 버지니아 리치먼드에 문을 여는 신상 호텔입니다. 이번 대변신의 무대는 20세기 초, 버지니아에 최초로 지어졌던 고급 아파트인데요. 붉은 벽돌과 돌출 창문 등, 셰넌도어 맨션은 아파트가 지어졌던 시기에 미국에서 유행한 ‘앤 여왕’ 스타일을 되살리고 있는데요. 동시에 미국 남과 북의 다른 가치, 도시와 자연,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버지니아의 대조적인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호텔마다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선보였던 애쉬호텔인 만큼 이번 오픈도 기다려집니다.